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영화 보다

클래식

올레리나J 2009. 9. 29. 16:26

고 2 아들녀석과 모처럼 시간을 내어
클래식을 보았습니다.

서로 마주할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들,
그러나 끝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첫사랑의 애틋함.
사랑하는 연인들의 기쁨과 환희,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모두 녹아있습니다.

그 슬픔처럼 파헬벨의 캐논 선율 속에 베토벤의 비창이 흐릅니다.
엄마와 준하의 뜨거운 포옹 속으로
운명적인 선율이 됐음은 물론,
후에 딸 지혜와 상민이
코트를 우산 삼아 비속을 함께 뛰어갈 때
거기에 어울어지는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란 곡.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라는
노래가사처럼 찬란했던 사랑의 풍경

가슴에 남은 편지 한 대목
'창 밖을 봐.
바람에 나뭇가지가 살며시 흔들리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 거야.
귀를 기울여봐.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리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 거야.
눈을 감아봐.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 거야...'
준하가 엄마에게 보낸 편지의 한 토막은 이랬다.

황순원의 소나기의 한 장면 같기도하고
반딧불이와 소 풀먹이는 일
손예진이 구르마 타고 가던 길
단정한 교복,
낯익은 풍경들과 그들의 운명적인 사랑이
오래도록 가슴에 여운을 남기는 영화
보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했을
참으로 예쁜 영화였어요.
손예진의 막춤은 당연히 압권이었지요.
12세 이상 관람가
예전엔 장르에 구별없이
모든 영화를 다 좋아했는데
요즘엔 욕하고 피흘리며 싸우고
억지로 웃게 만들고
공포영화는 절대로 사절입니다.

어머니도 첫사랑이 있으세요?
아들녀석의 짖궂은 질문에
그럼~~~~~~~
조승우의 선하게 웃는 모습과 너무나도 닮은
애닲은 첫사랑이 있었지.

그때 내가 쓴 편지와 받은 편지들
소중히 간직해 둘 걸.....
후회가 되었습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처럼
엄마가 죽고도 남아있는 엄마의 아름다운 사랑의 흔적들
(엄밀히 말하면 불륜)을 이해하고 두 남매는
사랑의 참모습을 찾아 오히려 행복한 가정을
만들던데... 하물며 첫사랑이야
어느 자식인들 장성해서 이해하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가장 소중한 것은 .
말로도 글로도 표현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까요?
단지 가슴에 깊이 새겨져 영원히 잊혀지질 않을
첫사랑! 그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비록 상처들로 얼룩져 있다해도
흐르는 세월에 씻겨져 내려갔길 간절히 바랄뿐이지요..
자탄풍의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은 줄
예전에 미처 몰랐지요.
200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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