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2008 자귀나무 단상

올레리나J 2009. 11. 15. 15:21
 
귀신 나무라니...
어제 퇴근 후 집근처 공원에서 걷기 운동하는데 자귀나무 꽃이 활짝 피었더군요. 자귀나무라.... 잠자는 귀신같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하는데 소 풀 먹이러 다니던 어린 시절 산에 가면 그 잎을 소가 얼마나 잘 먹는지 아마 소쌀나무라고 했던 것 같아요. 활짝 핀 꽃을 보면 귀신은 커녕 은은한 색실을 모아 만든 것처럼 멋스럽게 보입니다. 자귀나무 꽃잎을 말려 베게 속에 넣어두면 바람난 남편이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구요, 그래서인지 합환수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한다네요. 밤이 오면 양쪽으로 마주난 잎을 서로 맞대고 잠을 자고, 말라서조차 그 향기를 잃지 않는 한결같은 나무.. 우리의 사랑도,우정도 한결같은 향기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윗부분은 분홍, 아래는 흰색인 꽃은 빛을 받아 마치 비단같은 화려함으로 신비를 더합니다. 나뭇잎 하나 걸치지 않고도 성미 급한 봄 꽃들이 화들짝 피었다가 제풀에 지쳐 어느 순간 져버리는 초여름... 꽃은 차치하고라도 연두빛 빗살무늬 모양의 나뭇잎이 살짝 스치는 실바람결에도 마치 연두빛 실크 드레스 자락 나부끼는 듯 하니 왜 영어 이름이 silk tree 인지 짐작이 갑니다 솜털같은 연분홍 꽃을 나무 전체에 뿌려 놓은 것 같은 자귀나무는 오곡백과 무르익는 가을이 되면 완두콩마냥 기다란 콩코투리를 대롱대롱 매달아 겨울 준비를 합니다 자귀나무 꽃도 나중엔 엉킨 색실처럼 변하지만 꽃이고 사람이고 다 그렇잖아요. 봉오리일 때가 제일 예쁘고 지고 나면 허망한 것... 그러나 아직 지지 않았습니다. 그 아름다운 꽃 놓치지 마시고 꼭 한 번 보시길... 산 어느 곳이든지 주택가 어디에서든지 주의해서 보면 금방 눈에 보일거에요. 2008년도 벌써 반이 훌쩍 넘어가 버렸습니다. 꽃이 지고 있듯 우리의 젊은 봄날도 이렇게 속절없이 가고 있군요. 세월 참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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