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그녀의 가녀린 손으로 가마니를 짜다

올레리나J 2009. 10. 26. 16:15

      **가마니짜기를 해 보셨는지요?** 보랏빛 꽃구름(紫雲英) 농촌에서 추수가 끝난 겨울 동안은 일년 중 가장 한가한 농한기였다. 가마니는 벼·보리 등 농산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전통적인 농촌의 생활필수품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식구들이 많아 숨박꼭질을 하거나 짚으로 두껍게 꼰 새끼줄을 이용해 줄넘기를 하고 노는데 식구가 단촐한 우리집의 나는 늘 어른들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2인 1조로 작업을 하는데 한 사람은 바디질을, 다른 사람은 가마니 바늘대에 짚을 먹여 반대쪽으러 밀어낸다 고도의 기술까지는 요구하지 않지만 숙달되지 않으면 가다가 걸리곤 한다 그래서 3인 1조로 하는게 훨씬 쉽다 오빠는 바디질 언니는 대나무로 된 바늘대를 새끼줄 사이로 쑥 넣으면 반대쪽에 앉은 난 지푸라기 네 다섯개를 나란히 하여 코에 걸어주면 잡아당기고 또 바디질을 하고 단순노동으로 재미가 없어진 나도 나중에는 바늘대를 잡았다 아침 먹고 시작한 가마니짜기는 삶은 고구마에 김치가닥을 걸쳐 새참으로 먹고 나서도 계속되었다 하루에 4,5장 정도 짰을까? 오늘 가마니 짜기 할거다 오빠의 말한마디는 내 즐거움을 쏙 앗아가는 날이다 질기고 편한 나이론 자루가 보급되면서 가미니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