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태백산 등산을 가볍게 마치고
내려오면서 할머니가 해주는 밥같은
가정식 아침밥을 먹고.
귀갓길에 추전역에 들렀다.
몇 해전 겨울 눈꽃환상선을 타고 잠시 내려
따끈한 커피를 홀짝이면 칼바람을 맞았던 적이 있는 곳이다.
이른 아침이라 역사를 지키는 아저씨 한 분만 있었고
역사 옆으로 매봉산 능선
바람의 언덕 풍력기가 쉭쉭거리며
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가을 하늘처럼
파랗고 높은 하늘이 추전역 지붕에 낮게 내려와
여름 속의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다.
역사안 쉼터에 들렀더니
역무원 체험을 할 수 있는 복장이 갖춰져 있어
아이들처럼 남편과 이래저래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
30여년을 함께
지지고 볶으며 살아서인지
제법 코드가 잘 맞는다.
그때 갑자기
기차가 경적 소리를 지르며 나타나 깜짝 놀랐다.
화물열차였다.
아직도 석탄을 실어나르나?
아직도 살아숨쉬는 광도가 남아있나?
삼한시대에 3대 수리시설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 제천 의림지...
시회시험 잘 보려고 달달 외웠던 소싯적이 생각난다.
태백 여행 마치고 귀가 하면서 들렀던 의림지
며느리가 근무했던 제천에 있어서
왠지 더 보고싶었던 곳이다.
신라 진흥왕 때 우륵이 처음 방죽을 쌓았으며,
그로부터 700여 년 뒤인 고려시대에
고을현감 박의림(朴義林)이 다시 견고하게 쌓고
조선초 정인지의 보수공사를 시작으로 쭉 이어지다가
1972년의 대홍수로 무너진 의림지 둑을
1973년에 복구하여 지금에 이른다고 한다.
조그마한 방죽이겠지 생각했는데
의예로 거대했으며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고령의 소나무숲이 내뿜는 솔향과
휘휘늘어진 수양버들 사이로 물비늘 반짝이는 모습이
낭만적이기도 했다.
한낮의 뙤약볕을 가려주는 고목사이를
느릿느릿 걸었다.
한가로이 오리배가 오고간다.
낚시하는 사람도 있다.
며느리와 영상 통화도 하며
의림지를 보여주었다.
"어머니, 야경도 멋져요."
이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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