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앨범

강원도 영월...

올레리나J 2016. 8. 1. 15:27

익숙한 곳을 떠난다는 그 자체가

설레임이요, 자유다.

 

비록 짧은 2박 3일일지라도

폭염으로부터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그게 내겐 힐링이다.

 

7월 22일 금욜

7시 집을 떠나 산척 쯤 왔을 때

뭔가 차에 이상이 생겼다.

갑자기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

깜짝 놀라 살펴보니

에어컨 철판 나사가 풀려 바닥을 쓰는 소리였다.

 

보험 회사에 연락해 대충 나사를 조이고

견인차로 충주 카센타로 가서

정비하는 바람에 2시간여가 지체되었지만

다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목적지를 향해 고고!

 

울고 넘는다는 박달재 휴게소에서

차한잔 마시고 오토바이 행렬을 구경했다.

 

 

 

 

 

 

 

 

 

 

 

 

 

자연이 빚어놓은 신비로운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

주차비도 없고 입장료도 없는

느릿느릿 왕복 40여분

그늘이 드리워져 햇빛도 가려주고

강에서 부는 살랑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혀 주었다.

 

 

 

 

 

 

 

 

 

 

 

 

 

 

 

 

 

 

 

 

 

 

 

 

 

 

 

 

배를 타고 청령포 섬으로 들어간다.

 

 

 

 

 

 

 

 

 

 

 

 

 

원통한 새 한 마리가 궁중을 나오니
외로운 몸 그림자마저 짝 잃고 푸른 산을 헤매누나
밤은 오는데 잠은 이룰 수 없고
해가 바뀌어도 한은 끝없어라
새벽 산에 울음소리 끊어지고 여명의 달이 흰 빛을 잃어가면
피 흐르는 봄 골짜기에 떨어진 꽃만 붉겠구나
하늘은 귀먹어 하소연을 듣지 못하는데
서러운 이 몸의 귀만 어찌 이리 밝아지는가
- 단종, 〈자규시(子規詩)〉

 

어린 단종의 한과 슬픔이 가득 묻어나는

피맺힌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단종은 어린 시절 자기를 업어주던

할아버지 세종의 인자한 모습과

집현전 학사들에게 세자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요절한

아버지 문종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을 낳고 3일 만에 돌아가신 어머니,

왕위 회복을 위해 충정을 다한 사육신의 죽음,

그리고 생이별한 아내 정순왕후의 비통한 모습이

흘러내리는 눈물 속에 어른거렸다.

어린 나이에 육지 속의 고도

청령포로 유배된 단종은 한없는 슬픔에 잠겼다.

 

 

 

 

 

 

청령포는

영월의 서강 건너에 위치하고 있다.

서쪽은 육육봉이 험준한 층암절벽으로 솟아 있고

주위에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마치 섬과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내륙의 깊은 산속에 위치한 이 유형(流刑)의 땅은

배를 타고 서강을 건너지 않으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감옥과도 같은 곳이다.

바로 1457년(세조 3)

조선의 6대 임금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되었던

청령포.

 

 

 

 

-청령포 관음송-

유배된 단종의 모습을 보고

그의 애끓는 오열을 들었다는 관음송은

천연기념물 제349호로 지정되어 있다.

 

 

 

 

 

 

 

 

 

 

 

 

 

 

 

 

 

 

 

 

 

 

 

 

 

 

 

 

 

 

 

 

 

1457년 여름에

홍수로 서강이 범람하여 청령포가 잠기고 말았다.

그래서 단종은 두어 달 만에

영월부사의 객사인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겼는데

10월에 이곳에서 사약을 받고 죽음을 맞았다.

단종의 유배길과 사형길에

금부도사로 왔던 왕방연은 왕명을 수행하는 관리였기 때문에

단종에게 내려진 형을 집행할 수밖에 없었지만

마음은 한없는 슬픔으로 가득했다.

왕방연의 심정을 담은 그의 시

〈회단종이작시조(懷端宗而作時調)〉는 비석에 이렇게 남아 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千里遠遠道
고운님 여의옵고
美人別離秋
내 마음 둘 데 없어
此心未所着
냇가에 앉았으니
下馬臨川流
저 물도 내 안과 같아서
川流亦如我
울면서 밤길을 가더라
鳴咽去不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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