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책을 읽다

더글라스 케네디와의 만남

올레리나J 2014. 2. 20. 22:03

 

2월 한참 바쁠 때 도서관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대충 제목만 보고

4권의 책을 골라왔다.

 

더글라스 케네디?

웬만한 소설가는 대충 알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처음 들어본 작가요,

표지도 웬지 전혀 끌리지 않았다.

(팝아트 같은 가벼운 느낌?)

 

무슨 컴플랙스인지는 모르지만

책상위나 침대 머리 맡, 거실 탁자에

읽을 책이 없으면 불안하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더 잡'은 학교 교탁 위에

'템테이션'은 침대 모서리에 놓아두고

쉬는 시간 찔끔찔끔 읽다가

(집중하지 않으니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방학을 하자 마자 첫날 '더 잡'을 

둘쨋날 '템테이션'을 다 읽어 치웠다.

 

이 말은

손에 일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무척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두 권 모두

스토리는 심플하고

문체는 간결하지만  흡입력이 있다.

 

높은 지적수준의 완벽한 캐릭터 

흠잡을 곳 없는 묘사능력 

풍부한 예술적 소양이 녹아든 그의 소설은

책이 얇아질수록 불안하기 까지 했다.

 

주인공이 이렇게 불행하게 끝나면 안될텐데...

선이 이겨야하는데...

억울한 누명은 벗어야하는데...

어떻게 진실을 밝혀낼까? 

 

결국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행복하고 통쾌한 결말이지만

그건 소설 속의 일이고

현실에서도 과연 그럴까?

 

온갖 수단을 동원해 부를 축적하고,

권력을 잡은 파렴치한들이

잘먹고 잘살고 있으니 씁쓸할 수밖에...

 

그의 대표작 '빅픽처'도 읽어봐야겠다.

 

 

 

 

'더 잡'의 주인공인 네드 앨런은

잡지 '컴퓨월드'의 광고 지국장이다.

그는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팔 수 있을 만큼

세일즈 능력이 뛰어난데,

그는 세일즈를 한 단어로 이렇게 요약한다. "설득"

 

광고 세일즈로 승승장구하던 네드는

회사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편집장 자리를 준다는 말에

상사인 척 자누시를 배신한다.

그러나 그것은 비열한 음모였고,

결국 네드는 회사에서 쫓겨나고 만다.

 

잘나가는 세일즈 맨에서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어버린 네드의 모습을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말은

 "삶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 있다면

고정되고 안정되고 오래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네드는 전화 세일즈 자리를 전전하다

학교 동창인 제리를 통해 일자리를 소개받게 되는데,

그것은 알고보니 돈세탁을 돕는 비자금 운반책이었다.

네드 보다 앞서 비자금을 운반했던 전임자는 피터슨인데,

그는 갑자기 살해되고 말았다.

네드는 생명의 위협이 따르는 이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앞길이 막막했기에 계속해서 비자금 운반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전임자 피터슨이 무슨 이유로 살해당했는지,

'엑스칼리버 펀드'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여기서부터 발휘되는 네드의 번뜩이는 기지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책을 덮으며 표지를 다시 살펴 보았다.

흥미롭게도 팝아트처럼 보이는 그림들은

책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키워드였다.

 

(금발의 매혹적인 여자,

돈가방,

기찻길을 지나는 기차와

그 옆에 주차된 자동차,

2명의 강도와 2명의 인질,

그리고 돈가방을 들고 끊없이 추락하는 한 남자.)

 

 

 

소설의 배경인 할리우드에서 오랜 고생 끝에 성공한

무명 시나리오 작가인 데이비드 아미티지가 

언론과 경쟁자 때문에 추락했다가

 지적이고 정의감으로 똘똘뭉친

부잣집 예쁜 여성의 사랑과 신뢰를 얻어

도움을 받고

 명예와 재산을 회복하고

인생의 참된 의미를 깨닫는다는 이야기인데


살면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음과 같은 내용에서 교훈을 얻을 것 같다.

 

'불가능한 질문들은 아예 생각하지도 말자. 

 모든 게 헛되다는 생각도 잊자.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고

 상상하지도 말자.

과거를 짊어지자.

달리 어쩌겠는가?

치료약은 하나뿐이다.

다시 일에 열중하자.' (p.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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