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사진에게 말을 걸다

제국의 멸망...

올레리나J 2013. 11. 23. 07:50

 

 

난 네가 신갈나무인지

떡갈나무인지,

갈참나무인지,

 졸참나무인지,

상수리나무인지,

굴참나무인지,

이름을 모른다.

 

언젠가 야멸차게 나를 향해 돌진했던

나를 키우고 서정주를 키웠던

 8할의 바람이

너의 미끈한 줄기를 사정없이 후려칠 때

난 너를 건조한 물기로부터 보호하고 싶었다.

 

내 뜨거운 피를

땅속으로 흘려보내 길다란 너의 관을 통해

우듬지로, 바삭한 잎맥으로

보내고 싶었다.

 

외투를 벗고

가방을 팽개치고

내 조그마한 의식를 치룬 후

너에게로 가고 싶었다.

 

내 머리가 멸망하기 전까지

뇌속의 해마가 쪼그라들기 전까지......

 

한낮 시린 하늘에 제압당하던 내 제국은

시나브로 멸망의 길을 걷는다.

 

그리하여 너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멸망해가는 제국 한 귀퉁이서

지금을 앓고 있다.

 

 

 

 

'자운영의 일상 > 사진에게 말을 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니가 좋아  (0) 2014.06.18
이별 후에...  (0) 2014.04.02
등교하는 귀요미 아이  (0) 2013.10.25
은퇴 후의 삶  (0) 2013.10.23
사랑도 인생도 불꽃놀이야.  (0) 2012.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