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신갈나무인지
떡갈나무인지,
갈참나무인지,
졸참나무인지,
상수리나무인지,
굴참나무인지,
이름을 모른다.
언젠가 야멸차게 나를 향해 돌진했던
나를 키우고 서정주를 키웠던
8할의 바람이
너의 미끈한 줄기를 사정없이 후려칠 때
난 너를 건조한 물기로부터 보호하고 싶었다.
내 뜨거운 피를
땅속으로 흘려보내 길다란 너의 관을 통해
우듬지로, 바삭한 잎맥으로
보내고 싶었다.
외투를 벗고
가방을 팽개치고
내 조그마한 의식를 치룬 후
너에게로 가고 싶었다.
내 머리가 멸망하기 전까지
뇌속의 해마가 쪼그라들기 전까지......
한낮 시린 하늘에 제압당하던 내 제국은
시나브로 멸망의 길을 걷는다.
그리하여 너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멸망해가는 제국 한 귀퉁이서
지금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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