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교단일기

2013.4.1.만우절 풍경

올레리나J 2013. 4. 3. 05:26

 

 

 

2013.4.1.월.만우절.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날을

그냥 보낼 순 없다.

 

출근하자마자 활기넘치는 아이들을 향해

다른 학교로 전근가게 되었다고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막 너희들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자리도 바꿔주고 생일 파티도 다 해주고

모둠 신문 만든 것 발표도 해야하는데

안타깝지만 더 좋은 선생님이 새로 오실거야...."

이런 멘트를 날렸는데 순간 탄식이 흐른다.

아쉬움의 탄식일까?

비록

기쁨의 탄성일지 몰라도

난 슬픔이었을 거라고 믿는다.

아이들이 비록 짧은 1달이었으나

날 좋아했을 거라고

터무니없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으니까......ㅎㅎ

 

내가 가장 처음 들은 말은

"선생님 짝 전 못했는데 어떡해요?"

아직 짝을 하지 못한

뒷번호 여학생들의 이구동성이 들려온다.

"선생님이 가는 학교로 와.

짝 해줄게..."

..........

 

확실히 넘어갔다.

어떤 샘이 오느냐

어느 학교로 가느냐 등등

아쉬움과 기대감을 그들의 표정에서 읽는다.

ㅎㅎㅎㅎㅎ

하교 때 '오늘 만우절이야' 하고 싶었으나

집으로 전화해서 가짜 소식을 알릴까봐

1교시 후 바로

"오늘 무슨 날이지?"

"만우절이요."

"선생님 혹시???????????"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진다.

"와! 억울해. 선생님께 완전 낚였네..."

문철호의 말이다.

 

 

'자운영의 일상 > 자운영의 교단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나날들  (0) 2013.04.27
2013.4.12. 현장학습  (0) 2013.04.15
너는 참 바보다./신형건  (0) 2013.01.22
굴러다니는 연필들  (0) 2011.11.15
가족 음악회 및 연극 '어머니'  (0) 201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