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교단일기

굴러다니는 연필들

올레리나J 2011. 11. 15. 16:51

아이들이 가고 난 뒤의 교실은

학용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다음 날 분실물 바구니에 넣어 놓고 찾아 가라해도

자기것이 아니라며

찾질 않는다.

오늘 분실물 바구니를 보니 연필들이

전부 심이 끊어진 채 나뒹글고 있다.

예쁘게 깍아보았다.

 

연필을 깍고 있으려니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연필도 귀하고 칼도 귀하고 공책도 귀했다.

변변한 지우개도 없어서

손가락에 침을 묻혀 지웠다.

행여 연필이라도 잃어버리게 되면

호통과 야단을 맞아야 했고

잘 사주지도 않았다.

달걀 한 개로 향동 가게에서

연필을 샀던 기억이 난다.

 

칼로 깍으면 이렇게 예쁘게 되질 않는다.

연필 깍는 기계가 나오리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학용품이 풍족했으면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었을까?

 

내일 연필 챙겨오지 못한 아이들

이 이쁜 연필 나눠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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