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손도 트고 발도 트고

올레리나J 2009. 9. 29. 15:41

향동 동네 앞
국민학교 시절 우리는 목욕을 몇번이나 했을까요?
명절때나 제삿날 정도가 아니었나 합니다.
가마솥에 물을 가득 붓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어
큰 다라에 찬물과 적당히 섞은 다음
쪼그려 앉아 짚수세미로 온몸을 박박 문질으면
때가 몇 킬로쯤 나왔을까요?

여름엔 물가에서 자주 놀기 때문에 좀 덜 했겠지만
겨울엔 손발에 때가 끼고 갈라지서 피가 나기도 했지요.
보온에도 문제가 있어서 동상도 예사로 걸리구요.
선생님들은 그런 우리가 얼마나 더러웠을까?
시냇가로 데려가 물에 발을 담그게 하고
울퉁불퉁한 돌을 주워 때를 밀게 하였으니...

또 코는 어찌그리도 많이 흘렸을까요?
코가 나오면 훌쩍 들여마시고
마셔도 마셔도 처치가 안되면 입으로 들어가거나
소매로 쓱쓱 문질러
나중에는 옷 소매마다 코가 늘어붙어
반질반질 했는데
물론 옆으로 훔치는 사람은 그나마 나았을 듯 싶다
나는 꼭 위에서 아래로 문질러서
코가 납작해져서 집에서 별명이 납작코였으니
지금도 그일 때문에 콧대가 제대로 서있지 않은가보다.

요즘은 입학식때 손수건 차고 입학하지 않아.
부모들이 여유가 생겨 코 닦고 처리하는 법은
일찍부터 배우지.

지금도 그 실개천이 있나?
한번씩 지나치면서 보면 없어진것도 같던데...
하기사 우리의 교가에 나오는
명산인 덕신산도 등성이가 잘렸는데
아직까지 있을라고...
농사도 많이 짓지 않고
소를 많이 키워인지 향동 지나면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게 아니라 지독한 배설물 냄새만 나더라.

아!
못살던 옛날도 그리울 때가 있어
200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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