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검정고무신

올레리나J 2009. 9. 29. 15:39

 

신발의 종류가 몇 개쯤 될까?

필리핀의 대통령 부인이었던 

 

이멜다 여사는 삼천 켤레의

신발이 있었다는데 ......

운동화도 운동종목에 따라 종류도 많고

구두도 갖가지 디자인으로

여인네들을 유혹하는데, 

나는 잊지 못한다. 검정 고무신을...

겨울에는 추워서 얼어버렸고

여름에는 땀투성이로 발에 검정물이 

묻어나곤 했었지.

그 검정 고무신도 디자인이  

두 개나 있었어

남자용 여자용...

남자용은 앞부분이 일자로 그어졌고

여자용은 꽃문양이 들어 있었어.

혹여 옆이 찢어지면 엄마가 바느질로

꿰메곤 했었는데 며칠을 못 갔어.

장에 가실 때 신발 사오라고 

신신당부 했고 

또 지푸라기로 발 싸이즈를 

재어 가곤 하셨지만

오늘은 신발 장수가 죽었는지 

안나왔더라.

그런 거짓말이 어딨겠어.

하지만 철썩 같이 믿고 

다음 장날을 기다렸지

그럴 때가 한 두번이 아니야.

장날이면 벌포 너머까지 

장 마중을 나가곤 했어.

하지만 맨날 신발장수도 죽고 

옷장수도 죽었어.

어쩌겠니?

 

죽어서 못 나왔다는데....

 



소릿재 넘어서 오다보면 

경사진 곳에서는

저절로 달려지는데 신발은 찢어져 

제대로 

걸을 수도 없으니 ....

슬리퍼처럼 질질 끌고 걸었지.

맞아,

 

 뒷굼치가 다 달으면 뒷부분만

잘라내고 슬리퍼로 신기도 했구나.



학교 신발장엔 비슷한 신발이 아니,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다간 바꿔지기 일쑤지

그래서 생각해 낸게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달구어진 부지깽이로 신발에 

나만의 표시를 해 두었지

그러다가 멀쩡한 새 고무신에 

구멍을 내기도 해서 야단도 맞았어.

그 뒤로 하얀 고무신도 나오고 

예쁜 꽃무니 코고무신도 나왔는데

난 신발장수가 하도 자주 

죽는 바람에

새 신발을 신은 적이 별로 없어.



드디어 중학교에 가서 

자운영 첨으로 곤색 맹꽁이 운동화를 신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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