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베트

동티벳 여행을 끝내며

올레리나J 2012. 8. 28. 15:38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동티벳으로의 여행.
시간에 쫓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여행보다도 오래 기억되리라...
고산증으로 눈밑에 주름이 하나 더 늘었을지라도
내 영혼과 눈은 맑아졌으리라.




샤허 가는 고속도로에서 보았던
이국적인 라마교 불탑
회족(이슬람인)과 장족(티벳인)
그리고 한족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감숙성,청해성,사천성 사람들...






샤허의 라브랑스에서
티벳 라마교와의 생경한 첫만남

샹커 초원에서 만난 양떼들

탕커에서 천주사 가는 길의 지옥의 레이스
고행을 달래주려는 듯
끝없이 펼쳐지던 부드러운 초록의 물결과
바람에 실려오던 향긋한 들꽃 내음

고산에서만 산다는 검은 야크떼
천상의 대초원에 하얀 방점으로 찍힌 양떼

초원 위에, 호수 위에,
산 위에, 쵸르텐과 룽다 위에
길 위에, 타르쵸 위에
하얗게 떠 다니던 솜사탕 같은 구름

 

 

 

왕위를 버리게 만든 심프슨 부인
그녀가 즐겨입었다던 심프슨 블루를 비롯
이 세상의 온갖 파란 색을
원시림 속에 숨겨 놓았던 구채구

용의 등껍질을 만지는 듯
고산증으로 힘들었던 황룡






굽이굽이 휘돌아
서쪽 하늘에까지 맞닿아 흐르는
황하구곡제일만

천상의 낙원으로 가는 길일까 싶은
루얼까이에 지천으로 피었던 야생화

창너머의 초원이 잠못들게 했던 호텔

아아, 그리고 랑무스... 랑무스...랑무스....
토론수업에 열중하던 적색 가사장삼의 승려들...

영웅들의 전투장면에 어울리는 황하의 거대한 돌의 숲...






나는 간절히 원한다.
1950년 티베트를 점령한 중국이
고유의 문화와 종교를 갖고 있는 티벳인으로
티벳 불교(라마교)를 신봉하고
티베트어를 사용하는 그들에게
중국의 시짱 자치구가 아닌
티벳의 국명으로 살아가게 놓아 주길......
(2012.8.28. 티벳 젊은이
2명이 독립을 요구하며
분신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들이 자유롭게
원시의 푸른 하늘 아래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그들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망명생활을 마치고
하루 빨리 라싸의 포탈라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생활 자체가 종교이고
종교 자체가 생활인 그들의 삶에
하루 빨리 평화가 찾아오길....

마지막 남은 육신과 뼈조각까지
자연에 보시하고 떠나는 티벳인들......

그들을 지켜보며, 응원하며, 기도하리라...






동티벳 여행은 '몸이 가면 힘들고
마음이 가면 극락이다.'라는 게
이번 여행의 결론이다.

 

 





흐르는 곡은 김동률의 출발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로
가사를 음미하며 다음 여행을 꿈꾼다.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작은 물병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묻은 지도 가방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닫는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엄연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촉촉한 땅바닥 앞서간 발자국
첨보는 하늘 그래도 낯익은 길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닫는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 것 아닌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길을 걸어가네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닫는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난 가끔 그리워 하겠지만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