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나라/방방곡곡

환상선 오지 여행

올레리나J 2011. 12. 27. 17:24

2011.12.24
매년 기차여행 싸이트에 들락거리며
한 번 가야지...했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이름하여 가족, 연인과 함께 떠나는
겨울 눈꽃 오지 여행......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
문고판 소설책 1권,
길게 뿜어내는 떠남을 알리는 기적 소리
궤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몸부림 인 듯 덜커덩덜커덩...
설레거나 혹은 그립거나
이별의 아픔에 가슴 시리거나...

삶은 계란과 사이다.
버스에서는 맛 볼수 없는 편안함.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레임.

내가 처음 기차를 탔던 땐 언제일까?
고등학교 졸업 후...
강을 따라 달리던 낭만의 극치였던 경춘선
문학 소녀의 감성을 자극하던 그 기차여행의 향수

지금부터 잔잔히 남은 여운을 스케치해보련다.




# 1...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
날씨가 추워서 더욱 파래진 하늘
파랑 물감이 이 보다 더 파랗진 않을게다.
이런 하늘 얼마만인가?




# 2...
아침 4시 반에 일어나 아침 준비해서
온 가족이 식탁에 앉은 시각이 6시 10분
아들 녀석들이 빨리 일어나서
"포루투칼 생각난다."했더니 다들 웃는다.
남유럽 가족여행 갔을 때
시차적응을 못해 4시에 모두 일어나
호텔 밖을 서성이던 그때처럼...
아침형 인간인 엄마를 닮았다.ㅎㅎ
6시 40분 집을 나서 영등포역에 7시 30분 도착.




# 3...
일행을 만나 8시 무렵 출발.




# 4...
무지 추운 날이다.
여행에 대한 기대 때문에 추위를 무서워하는 나지만
오늘 만큼은 용감해진다.




# 5...
차창 밖으로 사르르 눈쌓인 전원이 펼쳐지고...




# 6...
객차 중간에 이벤트 칸이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임을 알 수 있는 복장의 직원들




# 7...
오전에는 가족 단위,
오후엔 연인들을 위한 이벤트를 한다는데
너무 유치해서 조금 앉아있다가 되돌아 왔다.




# 8...




# 9....




# 10....




# 11...




# 12...
해발 855미터의
하늘 아래 첫 기차역 추전역.
추전역을 알리는 머릿돌만 덩그러이 놓여있고
10칸의 기차가 토해낸 관광객들로
오지 중의 오지인 추전역 주위가 떠들썩하다.

날씨 덕에 오뎅 장사 아저씨 물만났다.
번데기, 찐옥수수도 불티난다.

기차가 떠난 뒤의 적적함은 어쩔것인가?

10분의 자유시간은 너무 짧다.




# 13...




# 14...
갱도 안에서 채취한 석탄을 실어나르는 광차
광부들의 애환이 서린 흔적들..
석탄이 사양화 되면서 이젠 관광상품으로 남았구나.



# 15...
추전역(杻田驛)...
처음 만난 한자 싸리나무 '추'
근처에 싸리나무 밭이 있고
이 일대의 지명이 싸리밭골이란다.




# 16...
윙...윙.... 멀리 매봉산 풍력발전기가
파란 하늘에 새하얀 방점을 찍고 있다.




# 17...




# 18...
아담한 역사...
더 이상 이 곳은 승객들이 없다.
다들 어디로 떠났을까?
어떤 삶을 살고들 있을까?
어딘선가 늘 그랬던 것처럼 성실한 삶을 살거야.
강원랜드의 유혹에 빠져들진 않았을거야...

화물차의 무거움만이 삶의 무게처럼 철로 위에 남는다.




# 19...




# 20...
6천원짜리 기차표 도시락...




# 21...
여긴 승부역
승부역에 내려 산 속 트레킹에 나선다.




# 22...
강을 건너...




# 23...
나무 다리를 지나..




# 24...
숲속이다.
세 평 하늘길 마음에 담고
세 평 꽃밭에 꽃씨를 심으며....
유유자적 걷는다




# 25...
속이 텅 빈 고목이 슬프다.




# 26...




# 27...
장사하는 할머니들...




# 28...
모락모락 피어나는 해장국 연기




# 29...




# 30...
물레방아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꽁꽁 얼어있다.




# 31...
눈꽃 마을 승부




# 32...




# 33...
맞은 편에서 기차가 기다린다.




# 34...




# 35...




# 36... 하늘 세 평 땅 세 평이라지만
있을 건 다 있다.
현수교도 있고...




# 37...




# 38...
승부역....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 39... 그대여 변치마오.
자물쇠로 그대 마음을 붙잡으려 하오...




# 40...
석포...다음 역은 분천...
아버지를 기다렸을 나..
어머니를 기다렸을 너...
오빠를 기다렸을 나...
언니를 기다렸을 너...




# 41...
빨강은...정열이다.
열정이다.



# 42...
이벤트 객차에서...
밖을 내다보다.




# 43...




# 44...
풍기역 가는 길의 일몰




# 45.....
여기는 풍기역입니다.
1시간의 자유...



# 46...
풍기 호텔 뒷편..
아는 이만 찾는다는 명품 맛 칠향계




# 47...
뜨뜻한 방안에서




# 48...




# 49...




# 50...
칠향계




# 51...
얼었던 몸을 녹여준  칠향 정식...
 
 
저녁 7시 무렵 풍기를 떠난 환상선은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밤 10시 40분 경에 영등포역에 내려놓는다.
 
14시간여의 기차여행은
생각처럼 달콤하진 않았다.
좀이 쑤시고 피곤했다.
나이들어 가고 있다는 신호일까?
그레서 조금은...
서글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