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앨범

향원정에 머물고 있는 가을

올레리나J 2010. 11. 7. 09:03
인생이
하루하루 저물어 가는 것은
참을 수 있는데
10월이
하루하루 저물어 가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어느 팝송 가사인 듯 싶은데
10월에 대한 묘사 중 으뜸인 것 같다
그 눈부신 10월이 가버렸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보니
가을이, 이렇다할 흔적도 남기지 않고
겨울에 밀려가고 있다.

마음 같아서 이 멋진 가을을 스크랩하여 두었다가
걷고 싶을 때,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어 볼 수 있었음 좋겠다.

토요일이면 지쳐서 쉬고 싶은데
2010년 가을의 숨결은
내 귓가에서 속삭인다.
나 떠나고 있다고.....

명동성당 앞 로얄호텔
남편 지인 결혼식에 참석하고
서울의 가을을 보려고 작정하고 나섰다.



전철 1호선을 타고 종각에서 하차
소공동 지하상가를 지나왔다.
이른 시각인데도
관광객인 듯 보이는 노부부가
상가들을 기웃거린다.
지극히 한국적인 상품들이 즐비한 가게앞에서
나도 기웃거린다.




오랜만에 명동길도 걸어본다.
일본 관광객, 중국 관광객들로 거리는 활기차다.
미사라도 가는 것처럼 명동 성당안으로 들어가본다.



학교 다닐 때 친구따라 성당에 몇번 가본 것이 유일한 미사체험이다.




워킹이다.




청계천을 지나




인사동을 기웃거린다.
남편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난 자꾸 예쁜 물건들에 발목을 잡힌다.
장인들의 숨결이 베어나오는 물건부터
메이드인차이나가 붙어있는 인형까지...
관광객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감마님 행차 행렬이 지나가자
디카 세례가 이어진다.



























































다음 코스는 경복궁이다.
아이들 어렸을 때 왔던 기억이 난다.
경복궁도 계속 진화해서
관광객들을 위한 이벤트도 많아졌다.
정시에 하는 수문장 교대식은
해외 여행객에게는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 중
가장 재밌는 행사 중 하나일 듯하다.
조선시대 왕궁을 지키는 수문장들의 행사이니
영국 버킹검궁의 근위병 교대식처럼
한국 전통 권위의 상징을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임에 분명하다.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 그리고 더러 구미쪽에서 온 관광객들
수십명이 모여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심장박동에 맞춰 둥둥 두드리는 북소리와
익숙하고 기교 있는 북치기가 서로 잘 어울렸고
고풍의 대한문 앞에서 의관을 차려입은 ‘공익요원’들이
줄과 열을 맞춰 걷는 모습도 늦가을 광화문과 잘 어울렸다.
비록 짧은 교대행사였지만
우리도 이런 역사적 행사를 갖고 있다는 것에 뿌듯했다.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
5방색의 산뜻한 의복과 깃발 색감이
갈빛을 뛰는 계절을 배경으로 도드라져 보였다.
외국에서 보았던 그 어떤 교대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더 멋져보였다.


























후원인 경회루나 향원정에
임금과 왕비과 행차하기도 하고
내국인들을 위해 가이드가 설명도 해준다.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왕궁 이야기에서부터 역사까지...
청와대 영빈관 앞을 지나 궁 전체를 산책하니 다리가 뻐근하다.
제일 분위기 있었던 곳은 향원정이다.
경회루가 웅장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라면
향원정은 아늑하고 여성적인 분위기이다.
향원정의 아름다움에 가을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한 북악산도 향원정 연못에 풍덩 빠졌다.
주변 나무들이 벌써 물든 이파리들을 떨군다.
낙엽들이 물 위를 둥둥 떠다닌다.
가을이 마지막으로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광화문 광장을 지나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 새겨놓은
황진이의 연서가 인상깊었다.
7시간의 서울 나들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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