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12일의 일정>
비가 오는 날이면 짤쯔감머굿의 호수위에 빗방울과 함께...
항상 같은 일상에 쉼표를 찍고 일탈을 꿈꾸는 다뉴브의 야경
느린 걸음으로 먼 산책을 떠나고 싶은 플리트비체
그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오롯이 홀로 서 있는 까를교
작은 마을이지만 평생 잊지 못할 가슴 먹먹한 풍경 체스키 크롬로프
그대와 함께라면 포스토니아 동굴에서 영원히....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섬광이 번뜩이듯 찾아올 사랑을 기다리는 부다페스트의 골목길
로맨틱한 드라마 혹은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세체니 다리
어릴적 꿈, 동화속 공주님이 되어 로텐부르크
사운드오브뮤직의 마리아처럼 푸른 초원을 달리며 콧노래 흥얼거리기 테네스버그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모짜르트처럼,혹은 클림트처럼...비엔나
눈부신 날엔 블래드 성에 갇히는 것도....
삶의 방향을 잃고 헤메여도 좋아 프라하라면....
슈베르트의 송어를 보고싶어 상트 길겐에서 하룻밤.....
여행의 끝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라고 한다.
여행지에서 돌아온지 꼭 한달이 지났다.
한달 동안 자료 정리하면서 다시 여행하는 느낌으로 살았다.
도심의 떠들썩한 소음들 한가운데서도
스트레스로 온몸이 파김치되어 돌아오는 퇴근길에서도
마음이 헛헛하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도
여행지에서 보낸 추억들을 떠올리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새로운 것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과
정기적으로 일상을 탈출하고자하는 내 특이한 유전자 구조 때문에
나는 오늘도 또 어딘가로 떠나려고 인터넷을 유영한다.
떠나기 전까지는 개구리가 멀리뛰기 위해 몸을 움추리는 것처럼
멀리 떠나고자 깊은 은둔생활로 접어들었다.
한달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살며시 집옆 극장에 다녀오고
책을 읽고
세계지도에서 다음 여행지를 찾아본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의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그의 말대로라면
진정한 여행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그리고 느림의 미학을 온몸으로 느끼는 여행이다.
그 곳 사람들처럼 생활해보는 여행이다.
그들이 이용하는 버스나 전철을 타보고
그들이 먹는 음식을 먹으며 그들이 즐기는 문화를 체험하며
그들과 교감하는 여행이다.
혼자 떠나기엔 용기가 부족하고
그곳에 오래 머무르려면 시간이 부족하고
그들과 의사소통이 이뤄져야하는 언어미숙도 문제다.
그러나 언젠가 반드시 진정한 여행을 해보리라 꿈꾸고 있다.
떠남과 은둔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는 내 인생
떠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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