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흔적

눈 내리던 날

올레리나J 2010. 1. 7. 19:07

 

 

백년 만에 내린 눈폭탄 때문에
뉴스의 첫 시작은 물론
전체 뉴스의 반 이상이 눈과 관련된 소식입니다.
불편한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약속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밖을 보니
가로등 불빛에 날리는 눈꽃들이 춤을 춥니다.
아직도 감성은 늙지 않았는지 설레입디다.
친구한테 전화해서 눈소식을 알리고 싶었으나
단잠을 깨우면 방해될까봐 조심스런 맘이 생기는 것은
아마 나이가 들었다는 것일테고요.

여고시절이 생각나더이다.
읍내 사정리에서 자취를 했는데
이렇게 흰눈이 펑펑 쏟아지면
그게 밤이 되었든 새벽이 되었든 밖으로 뛰쳐나갔지요.
그때도 지금처럼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었어요.
새벽 일찍 공동샘터에 가서 얼마 고여있지 않은 물을 퍼 와야했기 때문이지요.
단잠 자고 늦게 가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하고
물도 여의치가 않았지요.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당찬 처자였나봐요.
내가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겠지요.
부모님 슬하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다녔음
나도 공주처럼 아침잠을 느긋이 즐겼겠지요.

그 이야기를 하자는게 아니라
하옇든 눈이 내리면 친구집으로 달려갔지요.
이모랑 같이 사는 순이가 비교적 나랑 잘 맞았는데
순이랑 진도국민학교에 가서 눈싸움하다가
눈에 사진찍기도 하고 실컷 웃고 까불다가
서서히 재미없어지면
동호네 집(순이집 바로 위에 있었거든...)
동호방에 돌을 던져 나오라는 신호를 했는데
불은 켜졌는데 싸인을 잘 받아주질 않았어요.
몇번 하다가 동호네 부모님이 누구냐?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끝이 났는데 어째 눈이 내릴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나는지요.
순이와 실컷 놀다가 인적이 드문 길을 걸어 사정리까지 걸어와서
가로등 불빛을 쳐다보는데 어찌나 눈 결정이 탐스러운지
한참을 그대로 서서 눈을 받아 먹었지요.
얼굴도 얼얼하고 발도 시러웠지만 그래도 참 따뜻했던 날들이었지요.

이번에 한파와 같이 눈이 내려 나갈 엄두를 못 내다가
근처 중앙공원에 살짝 나가봤는데
너무 추워 그냥 돌아왔지요.
갈수록 추위를 견디지 못하겠어요.
출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맘은 참 여유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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