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 영화 보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

올레리나J 2009. 11. 25. 11:29




여름엔 시원한 액션
가을엔 멜로의 게절이라고 하던가
하여
'내사랑 내곁에'에 이어
'시간여행자의 아내'란 다소 직설적인 (제목만 봐도 내용이 짐작이 가는...) 영화를 봤다.
전 세계 500만부가 팔린 베스트 소설이 원작이라니
거기다 트로이의 전사 헥토르 역의
에릭 바나의 갈색 눈동자를 잊을 수 없었던 것도 있지만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브레드피트가 제작자라니 냉큼 달려가서 봐야지.
그리고 아침부터 가슴을 흔드는 찡한 사랑에 눈물흘렸다...

내가 즐겨보았던 다수의 시간여행 영화처럼
시간여행 하면, 내가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고
미래로 가서 행복한 일들만 일어나게 내 인생의 대본을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해 놓고 현재로 달려오는거야.
그러면 슬퍼서 울어야할 일은 없을걸....
이런 달콤한 상상을 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타고난 특이유전자 때문에
원치 않는 장소로 시도때도 없이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 상태로 떨어진다.
그래서 옷과 음식을 훔쳐 범죄자로 경찰에 쫓기기 일쑤다.
사랑하는 여자 곁에 머무르고 싶지만 머무를 수 없는 아픔과
그런 남자를 사랑해서
기다림을 천형처럼 여기며 사는 여자의 고통을 그렸는데
그래..
맞아
사랑이 시작될 땐 빈 자리의 공허함이 절절하겠지...
하지만 인생을 이만큼 살다보니
때때론 혼자여도 괜찮더라.
때때로.....ㅋ

영화를 보고 난 후 낙엽 쌓인 가을길을 걸어오면서
브래드피트 주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떠올랐다.
내가 본 그 많은 영화 중에 몇 안되는
감동적이고 철학적인 영화다.
늙은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고
아기가 되어 죽는 거꾸로 인생
그 시간차 때문에 벌어질 수밖에 없는 사랑의 고통을
진득한 기다림으로,
변치않는 사랑으로 극복하는 그 영화와 함께
시간여행자의 아내도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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