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나라/방방곡곡

포천 명성산 갈대

올레리나J 2009. 11. 4. 13:52


      토요일 퇴근하자마자 경기도 포천 명성산 억새를 보러 떠났습니다.
      일요일 민둥산 억새 산행이 우천예보로 인해 내년으로 미루고...



      가을 가뭄으로 인해 한창 절정을 이룰 단풍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 화려함에 눈길이 머물렀어요



      산정호수를 끼고 놀망놀망 올라가다가 이정표를 보니 어느 코스로 가던지
      왕복 4시간 소요라고 적혀 있었지요. 많은 등산객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오는데
      우린 거의 달음박질 수준으로 뛰어갔어요



      드디어 정상이네요..온몸이 땀으로흠뻑 젖었고 숨도 가팠지만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억새들의 하얀 흐느낌은 가히 장관이었지요..
      억새는 석양 무렵에 가장 아름답다더니
      떨어지는 해와 함께 어우러지는 그 분위기는 사진으로 잡을 수가 없었지요



      이건 석양을 등지고 찍은거구요



      키가 어찌나 큰지 억새밭에서 숨바꼭질하면 찾을 수가 없겠네요.
      옆에서 말소리는 들리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사랑하기에 좋은 장소(?) 같네요



      올라온 곳을 바라보니 마지막 등산객들이 발길을 재촉하는데
      우린 주변 경치에 사로잡혀 한참을 내려가는 결정을 못하고 서성이네요



      서서히 어둠이 깔리네요..등산객 떠난 억새밭은 고즈녁한게 가을 분위기와 딱이네요.
      이 곳이 억새천지 중에 가장 아름다운 오솔길이에요



      땀과 고통과 호기심 없이 어찌 아름다움을 공짜로 얻을 수 있으리요..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 仁者樂山) 이라 했던가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요



      전혀 모르는 등산객이 건네주는 머루 포도는
      이때쯤 모세미 뒷산에서 따 먹던 머루맛이 느껴졌어요..
      까닭모를 외로움에 한없이 슬퍼졌던 어린시절의 그 정서까지 생각나데요



      가지 마라.. 부드러운 바람결이 발목을 잡고 눈꽃처럼 하얀 억새가 속삭여도 이젠 하산해야 된다네요



      이렇게 어둠이 완전히 내려덮은 다음에야 발길을 재촉했는데
      랜턴없이 내려오는 길이 올라오는 시간보다 훨씬 많이 걸렸지만
      산정호수를 바라보며 먹던 이동갈비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구 멋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