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나라/방방곡곡

솔향 강릉에 춘설이 내렸으면~~

올레리나J 2016. 3. 18. 17:03
 
 
 

 


<소나무에 대한 예배, 황지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을 뒤집어 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내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지표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건목: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하얀 눈발을 뒤집어 쓴 소나무,
검푸른 바닷바람에 눈을 털어내는
 소나무를 보고 싶었다.
 
비록 눈 뒤집어 쓴 소나무를 보진 못했지만
 나도 너처럼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품격을 위하여
용서할 일은 용서하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굳건하게, 강단지게. 버텨내고 싶다.
비록 휘어질지라도......
 
왼쪽 소나무는 얼마나 많은 용서를 했길래
저리 굽어졌는가?




 

빛과 어둠으로 아주 단순해진 새벽
추위를 털고,
어둠을 털고,
 포근한 잠을 털고,
오늘 떠오를 태양을 향해 걷는다. 



 
밤새 파도로 흐느끼던 바다도
달콤한 새벽잠에 취했는지
낮은 소리로 숨을 쉬고 있었다.





 
 
 




 
 
 


 


발자국 새기며
파도를 희롱하는 우리들 때문에
암청색 바닷물은
하얀 거품을 내며 달려든다.
 


















 






 


아침부터 뽀샤시한 얼굴들


















 
솟대 공원





 




















 

이토록 인적없는 강릉 바다는 처음이다.
피서철 항상 인산인해를 이루던 그 바닷가가
이렇게 조용할 줄 몰랐다.
 
우리들의 독무대였다.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어본다.
 말하는대로,
원하는대로 꼭 이뤄지길~~ 


















 











 


























 

그 시각 그 바다에서
우리를 유일하게 방해했던 갈매기 떼
 





 






 













 


아침 체조 중




 


 
다리 운동, 팔운동
































 




그대가 걸어가며 내는 흔적들이 모여
길이 만들어진다.
 
모래엔 길이 나지 않는다.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흔적이여
부질없고 또 부질없다.
 








 

숙언니가 자주 다니신다는
커피스토리 앞 


















 






 

강문해변 솔숲을 걷는다.
하랑하랑 걷는다.
살랑살랑 걷는다.
바쁠게 없다.





 


































 

연출, 수기
포토그래퍼도 수기.
 
각자 사는 방식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지만
때로 우리 같은 곳을 쳐다보며
함께 가는 동지들이 되었으면......












 
 

















 

커피 거리의 자판기
헤즐럿 커피 400원짜리,
맛있다.
 












 
 
커피 마시며 바다를 보다.
이때부터 이 흰둥이 개는
계속 우리를 따라 다녔다.













 


아침 해는 떠올랐지만
일출은 보지 못했다.
태양은 시나브로 구름뒤에서
빛을 사방으로 뿌리고 있을 뿐...



 
배가 고픈지 코를 킁킁대며
우리의 간식 달걀을 탐하더니
저 멀리 자기 짝을 보았는지
쏜살같이 달려가서 장난질이다.
배신은 정치판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많이 걸었다.
부지런히 걸었다.
앞으로도 계속 걸을 것이다.
고생많다, 발~~



















 


바다를 담은 커피가
산을 담은 커피보다
더 맛있다.
 


















 

 산전수전 덜 겪은 듯한 소나무 
 





 
'우로보로스의 노정' 처럼
어디가 바다의 시작인지
어디가 하늘의 끝인지 모를
물고 물려있는 수평선




















 

숙언니를 만나
 거울처럼 맑다는 경포호에 왔다.

 
 경포호()에는
달이 다섯개나 뜬단다.
 
 하늘에 ,
바다에,
호수에 ,
술잔에,
그대의 눈동자에......
 


 

경포호 김사임당, 숙언니 

























 

햄버거를 줄서서 사야한다는 
강릉에서 유명한 폴앤메리.
 


















 

 폴앤메리 햄버거 집에서
안목해변을 담고 있는 라니


















 

해체하고
 분해해야만 먹을 수 있는 크기다.












 



최강 피부미인의 단아함을 보라.



 

도저히 만날 것 같지 않은 두 선이
함께 이어이어서 가다가,
이내 소멸이 되어 하나의 점으로 남는 
 철로 저 먼 끝의 소실점. 
  
우리도 마치 철로처럼
그렇게 살다가
 마침내는 한 점으로 남고
그 점마저 사라지겠지.
 


 





 

소실점으로 사라진다 해도
살아있는 동안 힘들 때 손잡아주고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길......
 




 


우리가 내릴 다음역은 어디일까?
솔향역?
희망역?
꿈꾸는 역?
 


























 










 

바다마을 횟집의 섭해장국은
홍합살로 매콤하게 끓였는데
따끈하고 시원했다.  
 





 





 











 

정동진 박물관













































 

 겨울도 아닌 것이,
봄도 아닌 것이......
 
그렇다면 차라리
춘설이라도 펑펑 꽃비처럼 내렸으면
좋겠다.
 
 
 



 

난 아침에 이런 일기예보를 듣고  싶었다.
 
"어젯밤 영동지방에 갑자기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강릉지방은 세상과 고립되었습니다."
중략......
 


 그랬다면 우린 어쩔 수 없이 ~~
후훗~~~.










 


짧았지만 알차고 의미있게 보낸
1박 2일의 강릉
 
떠나는 마음이 헛헛하여
강릉터미널에서
숙언니가 구워주신 절편을 마구마구 흡입했다.
 
담날 비가 올거란 일기예보가
눈으로 바꾸어 내릴거라는 자연의 신호가
헛헛함으로 발현되었을거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
 
'하루만 더 있다 가자.'
 
눈발을 뒤집어 쓴 소나무도 보고,
커피스토리에 앉아
눈내리는 바다도 보고,
강릉 한식도 먹고 가자.
 
 바램
 




 




 

다음 날
 강릉에 정말로 비 대신 눈이 왔다고
숙언니가 커피스토리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주셨다.
 
 
 
겨우내 추위로 뻣뻣했던 마음의 근육이
봄기운처럼 몰캉몰캉,
말랑말랑해진 1박2일이었다.
 
어쩜 우리는
작별이 오지 않을 것처럼
이건 비밀인데~~하며
오랫동안 인연의 城을 
굳건히 쌓아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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