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이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공존의 이유, 조병화)
내가 좋아하는 조병화 시인의 시로
우리들의 강릉 여행을 정리한다.
이별은 늘 힘들기에
아예, 인연을 맺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인연은 엉겹결에 찾아왔다.
일주일에 한 번
같은 공간에서 같은 취미생활을 했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내 성격탓에
만난 지 거의 1년 반만에
이렇게 여행을 갈 정도로
친밀한 인연을 맺었다.
강릉......
지리적으로 멀지 않지만
심리적으로 너무나 먼 강릉,
그래서 자주 가고 싶어도
쉽게 떠나지 찾아가지 못했던 강릉,
은퇴 후의 삶을 간결하고 멋지게 사시는
숙언니의 초대로
유난히 추웠던 겨울의 뒤안
땅속으로부터 따스한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봄초입에
시간차를 두고 3 +1+1
5명이 모였다.
새벽부터 서둘러 집을 나온 우리,
수기,라니,자야...
오죽헌 옆 공방거리를 걷는다.
공방거리가 적어도 1킬로 미터쯤 우릴 맞이하리라
기대했는데 불과 몇집 밖에 없다.
그래도 우린 구석구석 기웃거리며
각자 호기심 사냥에 나섰다.
보기만 해도
절로절로 미소가 피어나는 벽화
이렇게 저렇게 구도를 바꿔가며
사진찍기
재밌는 설치물들
목젓이 드러나도록 웃는다.
세상에 하찮은 존재가 있을까?
굴러다니는 돌이
붓 터치 몇번으로
훌륭한 예술품으로 거듭났다.
고단한 누군가에게
쉼을 주는 의자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의자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니캉 내캉 하트를 만들며
사랑하며 살자.
내 삶의 외줄에서 잠시 내려와
타인의 삶도 기웃거려보자.
일에 대한 강박감,
가족에 대한 부담감,
미래에 대한 긴장의 끈을 잠시 놓고
잠깐이라도 기웃거려보자.
아니, 여차 하면 월담하자.
이것은 여행자의 특권이다.
동화속 주인공들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넌 모험을 즐기는 톰소여 아니니?"
"언제든지 welcome !"
숙 언닌 그렇게 말씀하셨다.
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오라고.
이웃집인 양.....
동네 악동들은 다 모였다.
'갈리아의 수탉'인가요?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네.
초록 자전거 앞에서
참 많이도 웃었다.
이런~~ 앞뒤가 바뀌었어.
내가 거꾸로 탔는데
다들 따라한다.
"수니, 어디쯤 오고 있어?"
와우!
오토바이 타는 모습 멋져.
생각같아선 그대로 질주하여
7번 국도를 따라
그대로 부산까지 달려가고 싶네.
'갈리아의 수탉'에 이어
황혼녘이 돼서야 날개를 편다는
'미네르바의 부엉이' 일까?
'진리는 일정한 시간을 거치고 나서야 알 수 있다.'던데
우리의 인연도
황혼녘이 돼서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몰라.
공방거리 걸을 때 발밑을 조심하세요.
이 아이들이 다칠 지 몰라요.
웃음치료 병원
웃지 않는자 이곳으로 오시오.
파안대소.
우린 알지 왜 그런지......
그대 만을 위한 의자
왕과 공주
그리고 시녀들
노랑이
목마를 탔어.
가난했던 어린 시절
집집마다 한,두그루쯤 갖고 있던
그 흔한 감나무 조차 없었다.
감꽃 하얗게 피고진 후
미처 덜익은 꼭지 떨어진 이웃집 땡감도
하루 이틀 물에 우려내어 먹었다.
가을이 되어
주렁주렁 달린 감이
주황색으로 이쁘게 익어갔다면
아마 지독한 내적 궁핍감은 없었을 터~~~
그래서인지 곶감 말리는 이런 그림은
단촐하지만 안정적인 풍요로움이 묻어난다.
누르스름한 베이지 톤의 흙벽담 때문인지도 ......
강릉 예술 창작인촌.
작은 수공예 공방들이 아기자기,
저마다의 색과 창의적인 형태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했다.
솔향나는 강릉
솔향 강릉은
화려,
수수,
단아.
율곡과 사임당을 닮은 가로등
굽은 길 반사경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앙상한 겨울나무에
구름이 걸려있다.
차라리 눈이라도 내렸으면.....
이 길을 걸어 숙이언니와
수니 만나러 강릉 터미널에 갔다.
우린 비로소 완전체가 되어
강릉의 푸른 바다향기를 온몸으로
들이마셨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미모가
미소와 함께 빛이 난다.
까불까불 가벼운
나두 저렇게 우아하고 싶다.
차현희 순두부
숙언니가 추천한 맛집답게
두부 맛도, 반찬 맛도
독특했다.
까페 브라질
브라질 앞바다에 선 '라니'
까페 브라질에서 맛 본 커피맛을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 생애 그렇게 맛있는 커피는 처음이었다는~~~
까페 브라질 안
의자에 앉아서 담은 바다
바다향과 함께
커피가 고소하게 익어갔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밤을 위하여!
그냥 앉아서 아무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으리.
그대들,
그리고
강릉의 푸른 밤바다.
우리들의 숙소
여자들 여행의 꽃은 '팩'
아주 아주 긴 밤을
캔맥주 하나로,
긴 수다로,
뜬 눈으로......
이렇게 저렇게
첫날은
밤이 너무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