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장미꽃 하나만으로
수 천 수 만의 장미꽃을 당하고도 남아.
그건 내가 물을 준 꽃이니까.
내가 고깔을 씌워주고
바람을 막아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원망하는 소리나 자랑하는 말이나
혹은 점잖게 있는 것까지도
다 들어 준 것이 그 꽃이었으니까.
그건 내가 길들였어.
세상엔 수많은 장미꽃이 있지만
내겐 하나 뿐인 존재가 너야
영원히 내가 책임질게."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의 장미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로 시작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이란 시...
감성이 풍부했던 젊은 날 그의 시를 외우며
릴케의 장미를 떠올리곤 했지요.
릴케의 장미사랑은
루 살로메에 대한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니체, 프로이드 등 당대의 지성들이
사랑한 루 살로메......
그녀에게 다음과 같은 시를 바칩니다.
24살의 릴케가 37세의 루 살로메에게....
내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꺽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잡을 것입니다.
손으로 잡듯이 심장으로 잡을 겁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럼 뇌가 고동 칠 것입니다,
마침내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때는 내 피가 당신을 실어 나르렵니다.
장미, 오, 순수한 모순,
그렇게 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잠도 되지 않는 기쁨.
릴케의 묘비명입니다.
장미를 사랑한 시인 릴케는
장미를 직접 가꾸는 걸 좋아했고
장미향기에 취해 사색하고
장미를 찬미하는 시를 쓰고
결국엔 장미가시에 찔려
파상풍으로 죽었다지요?
진짜 사인은 백혈병이었다지만
나는 장미가시에 찔린 걸로 믿고 싶습니다.
그게 어쩐지 시인에게 어울릴 것 같습니다.
죽음조차도 낭만적입니다.
가시가 있어 장미는 아름답고
고통이 있어 삶도 아름다울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시인 릴케는 모순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장미를 선물한 적이 있나요?
빨간 장미 한송이를 주는 당신
" 왜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난 거야."
분홍 장미 한송이-
"당신은 묘한 매력을 지녔군요."
하얀 장미 한송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노란 장미 한송이 -
"혹시나 했는데 역시 꽝이야"
빨간 장미 44송이 -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
하얀 장미 100송이-
"그만 싸우자. 백기 들고 항복이야 "
노란 장미 24송이-
"제발 내 눈앞에서 이사 가줘"
빨간 장미 119송이-
"나의 불타는 가슴에 물을 뿌려주세요"
노란 장미 4송이-
"배반은 배반을 낳는 법!"
빨간 장미와 안개꽃 -
"오늘만큼은 그냥 보낼 수 없어요."
'자운영의 일상 > 자운영의 앨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해 여름 장성에서 (0) | 2013.09.24 |
---|---|
힐링이 필요할 땐...... (0) | 2013.06.25 |
중학동창들과 고향에서 만나다. (0) | 2013.06.12 |
은퇴후의 집 둘러보기 (0) | 2013.06.06 |
당신이 부처님이십니다. (0) | 2013.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