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24.
햇볕이 그리워 어딘가로 떠나자고 하자
남편이 소래포구를 향해 걷자한다.
마을 버스를 타고 서창 부근에 내려
파출소로 가서 가는 길을 묻는다.
일요일인데도 경찰아저씨들은
모두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다가
우리가 들어가자 '뭔일이래?' 라는 뜨악한 표정으로
나와 남편의 위아래를 훑는다.
마을 지도 앞에 서서
골칫덩이 일이 아님을 확인해서 인지
명랑한 목소리로
길안내에 집중한다.
그의 친절함에 '순사는 무섭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스윽 지워준다.
길을 가다보면 이처럼
예쁜 색이 나를 멈춰세운다.
핑크 바탕에 노랑 파랑 원색...
무엇일까?
궁금하겠지?
공사판 가림막이다. ㅎㅎ
정오 무렵의 여린 햇빛이
꽃샘을 하는 바람결을 부드럽게 헹군다.
소래습지의 갈대는 아직 가을색을 입고 있다.
물기 라고는 하나없이
팍팍하게 말라버린 갈대...
청춘을 목놓아 부르짖지지도 않고
지난날 찬란했음을 그리워하지도 않고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 한줌에도 흔들리며
가냘프게 서 있다.
걷기 좋다.
흙과 검불로 알맞게 다져진 길
소란스럽지 않아 좋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느리게...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돌다가
멈추다가...
풍차,
넌 어느 나라에서 왔니?
향수병 때문에 아프구나?
염전이었다는구나.
소금을 말리던 햇빛은 여전한데
소금물을 퍼올리던 무자위와
소금거두던 염부꾼들은 어디 갔을까?
소래포구다.
고기잡이 그물들은 이름표다.
'나 포구임다.'라는....
소래포구를 찾는 사람들은
땅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즉석에서 뜬 회를 먹는다.
모두 행복한 표정들...
우리도 우럭회를 뜨고
매운탕 거리로 우럭을 샀다.
풍성한 저녁 식탁을 기대하며
소래포구역에서 전철을 타고
신연수에서 인천지하철로,
다시 부평구청역에서 7호선으로 빙돌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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