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헤어 스타일은
어른 못지 않게 다양하고,
때론 과격(?)하기도 하다.
아이돌 스타의 영향으로
자의든 타의든 펌은 기본이고
염색의 색도 봄꽃만큼 찬란하다.
내가 제일 선호하는 남학생의 머리모양은
스포츠형이고
여학생은 지극히 고전적인
양갈래로 깔끔하게 땋은 머리다.
하지만 이런 머리 모양은
여름에 한 두번 볼까말까다.
급식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민영이 앞에 이 아이가 눈에 띤다.
순간 초딩 때 내가 서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떤 헤어스타일을 했는지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희한하게 이 바가지 스타일 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앞머리는 자로 잰 듯 가지런하게
옆과 뒤는 귀부분까지 일자형으로,
언니가 입다 버린 듯한 낡은 셔츠까지...
점심시간 내내 이 아이에게 빙의되어
나는 초딩 때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며칠 후 1학년 때 제자였던 민영이가
이 아이와 함께 우리 교실로 놀러왔다.
같이 사진도 찍고 예뻐라 했더니
만날 때마다 나를 보고 인사를 하며 수줍게 웃는다.
웃는 얼굴이 소박하고 순수하다.
빠진 이를 보이지 않으려고
사진마다 입을 앙다물었다.
부디 이 아이가 멋진 성인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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