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에겐
30여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런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이 소는
최노인의 진정한 친구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최노인이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 소리도 귀신같이 듣고
어려서 침을 잘못 맞아 한 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심지어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쟁이다.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 하면서
최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하지 않고 나른다.
무뚝뚝한 노인과 무덤덤한 소.
둘은 모두가 인정하는 환상의 친구다.
우시장에 가서 소를 팔려고 해도
값이 안맞는다면 다시 집으로 끌고 돌아와 지내던 어느 봄,
최노인은 수의사에게 소가 올 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는다.
그제서야 최노인은 코뚜레와
소리를 감싸고 있었던 줄이며
늘 들었던 워낭을 낫으로 끊고
소의 편안한 영면을 준비한다.
소 또한 주인 최노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말없이 간다.
이 영화는 감독이 4년 동안 봉화마을 최노인과
동고동락하면서 찍은 다큐
저예산 영화라 개봉 당시에는
일부 몇개 극장에서 상영되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내게 있어 소란
어릴적 내 즐거움을 앗아간 미움의 대상이었다.
친구들은 아침 단잠을 즐기는데
새벽부터 일어나 찬이슬 털며 소 먹이러 다녀야했고
학교 끝난 후에도 소꼴을 베거나
소 풀먹이러 다니느라 소를 미워했다.
소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토록 미워했는지...
2009.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