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 잠들다*
보랏빛 꽃구름 (紫雲英)
시몬!
들리느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구르몽의 쓸쓸한 뒷모습을 떠올리곤 했던
소녀적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소녀가 스물이 넘어 직장에 다니던 때
가끔은 방황하면서
자주 찾던 곳이 쌍계사의 첨철산이었습니다
쌍계사의 풍경소리에 마음을 다스리며
소복히 쌓인 낙엽위에 누워
흘러가는 흰조각구름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바스락거리는 작은 동물들의 조심스러움과
미풍에도 바삭 마른 나뭇잎이 떨어짐까지 감지하면서
가지못한 길에 미련을 가져보기도 하면서
살며시 잠이 들었나봅니다
시나브로 어둠은 사위어가고
쌍계사의 목어마저도 움직임을 멈추었을 때
눈을 떴습니다.
너무나 고요한 어둠이
지친 나를 덮어주고 있었습니다만
빛이라곤 별빛뿐
아무 소리도, 방향감각도 없었습니다
무작정 내리막길을 더듬어
미끌어지고 긇히면서 한시간여를 헤매이다
쌍계사 향불냄새가 어렴풋이 코끝에...
얼마나 반갑던지요?
희한하게도 어둠이 무섭지 않았습니다
내 생애 그렇게 달콤한 잠은 없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