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의 일상/자운영의 교단일기

짜증이

올레리나J 2010. 4. 27. 09:09

감기몸살이  일주일을 간다.

편도선 부은게 낫질 않아

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말을 하지 마라니 말이 직업인 내겐 관두라는 처방인데.....

하옇든 난 아파죽겠는데 아이들은 매일 신났다

5월1일 운동회를 앞두고 마음이 들떠 있다.

 

뭐든지 자기가 싫은 일에

짜증난다란 말을 달고 사는 일명 짜증이...

내가 붙인 별명이다.

그러나 소리내어 부르진 못한다.

상처 받을까봐....

 

나 : 아침자습으로 학습지 하나 풀자

짜증이 : 아~이 짜증나

나 : 영어 선생님이 단원평가 대비 단어 외우란다.

짜증이 : 어~우 짜증나

나 :오늘은 비가 와서 교실에서 체육해야 해

짜증이 : 에이~ 짜증나

나 : 우린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공부해야 한단다.

짜증이 : 짜증,짜증 짜증나.

 

들을 때마다 나도 짜증이 난다.

입을 가만히 다물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짜증이의 평소 공부자세는 반좌향좌...

뒤에 앉은 아이가 착실하든 그렇지 않든 짜증이의 밥이다.

비속어에 입을 쉬지 않는다.

참고 참다

나 : 야, 짜증이 너 이리 나와.

10분 동안 칠판 쳐다보고 면벽수행해.

 

짜증이 : 선생님 저를 때리세요.

엄마한테 이르게요.

 

정색을 하고 대든다.

기가 막히다.

이래서 동영상이 떠돌고

매를 든 교사가 매스컴에 오르내리나보다

 

나(맘속으로) : 넌 때릴 가치도 없는 놈이야

때려서 사람이 될 것 같아야 때리지...

나(실제로) : 왜 내가 멋진 짜증이를 때리겠니

기본예의를 지키지 않은 죄를 첨가하여 수업 끝나고 남아서 명심보감 써.

 

하교 후 선행에 관한 명심보감 한장을 주었다.

한장이지만 한자가 빼곡히 쓰여있고 음과 뜻도 있다.

그 양에 질렸는지 연필로 원본에 힘을 주면서 사선을 그려대며 화풀이를 한다.

못 본 척....

얼마 후 쓰기 시작하더니 눈물을 뚝뚝 흘린다.

 

또 금새 안쓰러워 갖고 나오라 했더니

반 정도 끄적여 놓았다.

머리를 쓰다듬여 주며 잘했다고 칭찬하고 앞으로

기본 예의 만큼은 잘 지키고 입조심하자 약속했는데...

글쎄 효과가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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