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몹시 추운 일요일....
추운날의 공기는 얼마나 깨끗하고 선명하던가!
내 몸안의 세포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가자고 아우성이다.
재작년부터 이런날이면
카메라 둘러메고 장화리로 떠나곤 하던
남편을 따라 강화도로 향한다.
그 전날 비바람에
보자기만한 떡갈나무 가로수 잎이 날릴 때
"이런날은 고즈녁한 산사에 가고 싶다"
무심히 한 말을 잊지 않았는지
일몰의 명소 장화리로 가는 길에
고려산 자락에 앉아있는 백련사에 데려다준다.
아담하고 고즈녁한 산사를 꿈꿨던 난
요사채가 도량보다 더 크고 어수선한
대처승이 사는 생활의 터전같은 느낌의 벡련사에서
위안을 받지 못한다.
하여 서둘러 나왔다
강화도의 서쪽끝 장화리...
가을걷이가 끝난 갈빛 논두렁을 지나
방파제에 가보니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과
고급 카메라의 전시장이다.
아직 이른 일몰 시간인데도
많은 진사들이 삼각대를 고정시켜놓고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닷가에는 지난밤에 내린 흰눈이
파도결을 따라 얼어있다..
드디어 석양이 지기 시작한다.
초겨울의 바닷 바람은 외투를 뚫고
살속을 지나 뼈속까지 에인다.
카메라에 취미를 갖고 조금 배워볼까 하는 맘이
싸~악 가신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최고의 순간을 담으려는 긴 기다림의 고통을
내가 참을 수 있을까?
왠지 자신이 없어진다.
멋진 사진은 긴 기다림과 인내의 결실이라는걸 알기에
사진작가들을 존경하기로 한다.
드디어 서쪽하늘이 조금씩 붉은 기운에 물든다.
약속이나 한것처럼 일제히 셔터를 누른다.
"차르르, 찰칵"
캐논이든 니콘이든 팬탁스이든 올림푸스라든지
이 순간 만큼은 모두들 무아지경이리라.
"차르르, 찰칵"
무인도 나무줄기 사이로 붉게 물든 하늘보다
오늘 하루 노곤했던 육신을 편히 뉘이려는 태양보다
한발 뒤에서 바라본
진정한 프로페셔널인 진사들의 몸짓에 더 눈길이 간다.
"차르르 찰,칵"
오메가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모든 진사들의 희망은
검은 구름 몇 점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
태양이 지고 사위가 어둑해질때 까지는
겨우 10분......
10분만에 그날의 마지막 일몰 상황은 끝이났다.
몸이 꽁꽁 얼어 돌아오는 길에
묵밥으로 허기를 채웠다.
따끈한 커피 한 잔이
밤 추위를 녹여준다.
초지대교의 야경은
그래서 따뜻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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